마음

2017년 12월 20일 오전 08:06

화성외계인 2017. 12. 20. 08:08


불꽃을 등불 삼아 멀고 먼 여행

곱게 차려 입고
아버님 당신을 만나던 날
미소를 주시며 자주 보자 하셨지요

아들 집에 다녀 가실때
당신의 미소를 따라
팔짱을 끼고 배웅 속에
가벼운 발걸음 성큼성큼
걸어가시던 당신께서는

한 걸음 내딛지도 못하신 채
끝내 사랑채 작은방에
몸을 두시고 쪽방 문
울퉁불퉁한 문지방 위 벗 삼아
머리를 맏기신 채
오가는 이웃들과 눈 맞춤으로
하루를 보내셨습니다.

당신을 뵈러 내려갈 때면
누워계신 이부자리
햇볕에 맡기고
두터워진 손톱과 발톱은 맡기시지만
발을 닦아 드릴 땐
슬그머니 발목을 빼시곤 하셨지요

어머님의 연락으로
달려가는 중 먼 거리에서
당신이 계신 앞마당을 바라보았습니다.
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
아버님 당신께선
추한모습 숨기시려
불꽃을 타고 급하게 먼 여행을
가신다는 걸 알았습니다.

아랫목이 아닌 윗목에
반듯이 누워계신 채로
미소로만 반겨 주시는 당신은
울부짖며 당신을 깨우는 소리가 진정 들리시나요

부엌의 어두 컴컴한
귀퉁이 광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.
며칠 전 내려와 좋아하시던
닭죽을 끓여 놓았던 솥에
드시다 남은 닭죽 솥을 부여잡고
소리죽여 한없이 울었습니다.

당신을 떠나보낼 준비는 안 되었는데
앞마당 마지막 타고 가실
아름다운 꽃 상여는
당신 맞을 준비가 다 되어 갑니다.
당신의 인자하신
그 미소는 아직도 내 안에 싹트고 있는데...

- 좋은 글 중에서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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